*

 

 

<약 1시간 후>

 

아키오미

하아, 하아...... 드, 드디어 진정이 됐군요.

 

이즈미

............

 

아키오미

(세나 군은 진정... 이라기 보단 울다 지쳐 잠이 든 거 겠네요. 벌써 시간도 늦었으니까요ㅡ 이 정도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벌써 코야 하고도 남는 시간이죠.)

 

마코토

.........♪

 

아키오미

(아하하. 유우키 군도 세나 군의 손을 꼭 잡고 잘 자고 있네요.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요. 이런 걸 보면 제 마음도 따뜻해진다니까요.)

 

아라시

...... 수고하셨습니다, 아키오미.

 

아키오미

이런, 커피를 다 주다니. 배려심이 깊네요, 나루카미 군.

 

아라시

버튼만 누르면 되니까.

 

아키오미

그래도 당신의 그 마음 씀씀이가 전 기쁘네요. 착하다, 착해♪

 

아라시

쓰다듬지 마세요. 불쾌한 사람은 패 버릴 거예요.

 

아키오미

사람한테 쉽게 손대는 거 아니랍니다. 당신은 아직 어리니까 용서가 되지만, 저희 같은 어른들이 그러면 바로 폭력 사건이 되거든요.

 

아라시

아키오미도 어리면서.

 

아키오미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분들도 제대로 절 어린이로 대해주셨으면 싶네요.

결국 소속사 분들도 멀찍이서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

 

아라시

어른은 기본적으로 쓸모가 없으니까요.

 

아키오미

그 나이에 어쩌다 그렇게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게 된 거죠? 안쓰럽네요. 분명 인생이 꽤나 고됐던 거 겠죠, 나루카미 군.

 

아라시

그러니까 쓰다듬지 말라고요.

그리고 저희 집은... 평범해요. 평범한, 어디에도 있는, 사랑이 없는 가정.

아빠도 엄마도 저도 형도... 서로에게 관심이 없어요.

고되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이 더 고되 보여요. 잘 모르겠지만요.

 

아키오미

그렇군요...... 신경 쓰여서 아까 소장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여쭤봤는데요.

아무래도 그 소문의... 세나 군의 헬리콥터 같은 부모님과 소속해있던 소속사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애 대우가 안 좋네 같은 불만을 마구 쏟아낸 탓에 소속사에서도 '불만이면 나가라.'라며 폭발했던 모양이에요.

그 결과... 세나 군은 우리 소속사로 이적하게 된 거죠.

소장님도 그런 지뢰는... 끌어안고 싶지 않으셨겠죠......

누구든 받아들여 훌륭한 모델로 프로듀스 하겠다...라는 게 저희의 캐치 프레이즈니까요.

이적을 거부하면 세나 군 부모님과 같은 케이스는 여기저기에 악평을 퍼트리고 다닐 것 같아요...... 실제로 그 전 소속사는 그걸로 굉장히 큰 피해를 봤다는 것 같던데.

 

아라시

진짜 별로인 가족이네요.

 

아키오미

그러게요...... 남의 집 험담은 그다지 하고 싶진 않지만.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어른들이 부끄럽다는 생각은 못 하는 걸까요?

 

아라시

그러니까 어른들은 최악이에요.

 

아키오미

세나 군네 부모님은 특수한 케이스라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건, 부모님께서 세나 군의 마음을 일체 생각해주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에요.

세나 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친한 친구인 유우키 군과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던데.

그런 아들의 마음도 고려하지 않고, 부모님께서는 강제로 이적을 결정했다는 듯해요.

 

아라시

흐음. 쟤네 둘 사이좋아 보이던데 불쌍하네요.

 

이즈미 & 마코토

............♪

 

아키오미

그러게 말이에요. 저렇게 사이좋은 두 사람인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갈라놓으려고 한 건ㅡ 정말 너무했어요.

세나 군도 사실은 싫었겠죠. 그러니까 더 울고, 날뛰면서... 필사적으로 자신의 불복을 표명한 거예요. 아까 있었던 그 대소동은 그래서랍니다.

 

아라시

그렇게 싫으면 원래 소속사로 돌아가면 될 텐데.

전 얘 하고 같이 일하기 싫은데요.

 

아키오미

그래요? 까다로운 부분 같은 게 꼭 닮았던데, 의외로 마음이 잘 맞을 수도 있잖아요?

 

아라시

누가 까다롭다고요? 욕하신 거죠? 화낼 거예요?

 

아키오미

그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점이 될 거고, 장점이라고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어떤 개성이든 상품이 되니까요.

한 마디로 어떻게 보여주느냐, 어떻게 어필하느냐의 문제랍니다.

 

아라시

?   ?   어렵네요?

 

아키오미

저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최근에 살짝 좋아하게 된 아이돌이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사가미 진'이라고 하는데, 아나요? 저랑 비슷한 나이인데, 지금 거의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만큼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아이돌이에요......♪

 

아라시

날아가는... 새? 새가 왜요?

 

아키오미

아하하....... 어쨌든... 조금 일이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나루카미 군은 급한 일이 아니라면 당분간은 소속사에는 오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신도...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진 않을 거 아니에요.

 

아라시

그건 그렇지만....... 여기 안 오면... 아키오미랑 못 만나는데.

 

아키오미

?   방금 뭐라고요?

 

아라시

......... (아무 말없이 아키오미의 등을 발로 찬다.)

 

아키오미

아파라!! 대체 갑자기 왜 폭력을 휘두르는 거죠? 부모님은 당신한테 대체 어떤 교육을 시키시는 건가요!

 

아라시

『차지 마』라고 말 안 했잖아요.

 

이즈미

.........?

(뭐야, 이 녀석들. 사람이 자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어수선하게.)

(그래도... 좋겠다...... 왠지 진짜 사이좋은 가족 같아.)

(나도... 할 수만 있었으면 그런 집에서 태어나고 싶었는데.)

 

마코토

응...... 형아, 야......♪

 

이즈미

(유우 군이 진짜 내 동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

 

 

<몇 분 후, 쿠누기 아키오미가 소속한 소속사>

 

아키오미

ㅡ방금 막 돌아왔습니다.

(휴우...... 그냥 현장 갔다 돌아왔을 뿐인데, 엄청나게 피로해요.)

(이 상태 그대로면 전 엄청 빨리 늙을 것 같아요. 10년 후쯤에는 비실비실 거릴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모델 일도 계속하긴 어려울 테고... 곤란하네요.)

 

마코토

............

 

아키오미

이런. 미안해요, 방치해서.

들어와도 돼요, 유우키 군.

 

마코토

............

 

아키오미

(어, 어딘가 어수선한 아이네요. 주위만 계속 두리번거리고...... 경계심이 강한 소동물 같아요.)

(겁이 좀 많은 걸지도 몰라요. 무서운 건지 저랑은 계속 눈도 한 번 안 마주치기도 하고요.)

(뭐, 이렇게 어른들만 들어차 있는 곳은 저도 마찬가지로 무섭지만요.)

 

마코토

형아.

 

아키오미

아, 네. 아키오미 형아랍니다~♪ 악수~♪

 

마코토

아니야...... 형아, 어딨어?

 

아키오미

아, 세나 군 말이군요. 근데 오면서도 설명했지만, 그 애가 저희 소속사에 있을 리가ㅡ

 

이즈미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키오미

(있잖아~!? 심지어 기괴한 소리까지 내면서 날뛰고 있잖아~!?)

 

아라시

아키오미, 아키오미.

 

아키오미

앗, 나루카미 군. 또 이런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있다니, 얼른 집에 가지 않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고요.

 

아라시

저희 집은 괜찮은데요. 그보다도... 얘 좀 어떻게든 해주세요.

 

이즈미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키오미

그...... 가려서 잘 보이진 않는데, 저 친구 세나 군 맞죠?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저기서 대체 뭘......?

 

아라시

한 번에 묻지 마세요.

음... 저도 잘 모르겠는데, 얘도 오늘부터 우리 소속사에서 일한다는 거 같아요.

 

아키오미

그래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소장님이 우리 소속사에 누가 이적해온다는 얘기를 했던 것도 같은데......?

그닥 기뻐 보이지 않길래 유명한 모델은 아니겠거니 하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그렇군요, 혹시 그럼 그게 세나 군 얘기였나 보네요.

 

아라시

몰라요. 그보다 아키오미... 빨리 어떻게든 해주세요.

 

아키오미

저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세나 군, 무슨 일일까요? 괜찮나요? 울면 눈 주위가 새빨개져서 내일부터 있는 일에 지장이 있을 텐데요.

 

아라시

아키오미, 눈물이 다 날 만큼 위로를 못하시네요.

 

아키오미

어린이가 날 연민하다니!?

 

이즈미

아아아!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

모델 일 이제 안 할 거야! 유우 군이랑 같이 있는 게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고! 파파도 마마도 미워, 미워. 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키오미

유우 군, 이라면ㅡ

 

마코토

형아!

 

이즈미

......!? 유우 군!

 

마코토

형아다......♪

에헤헤. 진짜다, 형아랑 만났어.

감사합니다, 그... 아키오미...... 형아.

당신 덕분입니다. 늘 신세가 많습니다.

 

이즈미

형아? 유우 군, 왜 이런 놈을 형아라고 부르는 거야?

나잖아아아아? 유우 군의 형아는 나잖아아아아?

 

마코토

응♪ 그래도 이 사람도ㅡ 형아?

 

이즈미

역시 적이야! 너네는 적이야! 이 소속사 인간들 다 적이야!

 

아라시

...... (아무 말없이 이즈미의 뺨을 때린다.)

 

이즈미

......!? 아아아아! 때린 거야아아아!? 죽여 버릴 거야!

 

아키오미

잠깐, 싸우는 건 안 돼요! 나루카미 군은 대체 왜 때린 거죠? 폭력은 절대 안돼요!

 

아라시

시끄러웠으니까요...... 시끄럽고 불쾌한 사람은 없어지는 게 더 나아요.

 

이즈미

죽여 버린다! 죽여 버릴 거야! 죽일 거야!

 

아키오미

지지지, 진정하세요 세나 군! 나루카미 군에게는 나중에 꼭 사과하라고 할 테니까!

 

아라시

왜? 날뛴 쟤가 잘못한 거잖아요?

 

마코토

아하~♪ 형아는 오늘도 힘이 넘쳐서 재밌어 보여!

 

*

 

 

<그날 밤>

 

아키오미

(하아...... 오늘은 굉장히 지치네요.)

(다른 인재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 업계는 기본적으로 잘 팔리는 애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일을 주니까요.)

(결국은 저만 이렇게 일하게 됐지만ㅡ 뭐, 이것도 즐거운 비명이죠.)

(많은 분들이 기세 좋은 신인을 영입하고 싶어서 식사 자리에 초대하시는 일도 있고. 그것도 뭐, 식비가 절약되니 고마운 일이지만요.)

(일 관계자는 가족도 친구도 아니니까.)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일을 받을 수 있도록... 이거 저거 생각하면서 접대해야만 해서 굉장히 힘들어요.)

(완전히 피로가 쌓였네요...... 그 이상한... 꼬마 애들도 신경 쓰여서 집중을 안됐어요.)

(오늘의 저는 뭐라고 해야 될까... 엉망진창인 것 같아요.)

(세나 군, 유우키 군, 나루카미 군.)

(세대가 달라서 평소에는 그다지 접점이 없었죠.)

(그래서 자세한 건 아무것도 모르지만)

(나루카미 군이 말했던 것처럼... 세나 군, 유우키 군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세나 군의 부모님이 헬리콥터 부모였던가, 하여튼 꽤나 성가신 분들인 것 같던데ㅡ)

(오늘도 위압적인 태도로 쳐들어와서는 아드님을ㅡ 세나 군을 억지로 데려가 버렸죠.)

(아무래도 세나 군은 일이 있던 게 아니고... 그 아이는 그저 유우키 군과 만나기 위해 왔던 것 같다고 했어요.)

(거기다가 세나 군의 부모란 사람... 수색원까지 불렀던 모양이라 괴상한 소동으로 번지기도 했었죠.)

(유우키 군도... 좀 이상했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 옆에는 항상 보호자가 딱 붙어 있는 게 보통인데ㅡ)

(결국 오늘은 끝날 때까지 유우키 군네 부모 같은 사람의 모습도 못 봤어요.)

(그 아이 옆에 딱 붙어서 똑 부러지게 돌봐주던... 세나 군이 유우키 군의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이 됐었죠.)

(하지만 세나 군도 아직 어린아이예요. 왠지 좀 불건전하네요.)

(뭐... 남의 집 얘기기도 하니까 나루카미 군이 충고했던 것처럼ㅡ 관여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는 생각하지만요.)

 

마코토

............♪

 

아키오미

......? 으응?

아? 어라, 유우키 군......?

 

마코토

안녕, 하세요?

 

아키오미

아, 네.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당신이 이 늦은 밤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죠?

낮에도 느낀 건데, 부모님은 어디 가셨나요?

 

마코토

엄마, 아파.

아빠는 튼튼해. 근데 마음이 아프다?였나?

 

아키오미

아하...... 부모님께서 두 분 다 편찮으시군요. 그래서 오늘도 동반하지 않은 거고요.

하지만 어떤 이유라고 해도, 이렇게 어린아이를 방치하다니ㅡ

 

마코토

?   ?   ?

 

아키오미

아, 미안해요. 너무 어려운 말을 썼죠? 어디 보자... 유우키 군, 유우키 마코토 군?

 

마코토

네. 유우키 마코토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키오미

(대체 뭘? 흠~... 어른을 만나면 이렇게 말하라는 교육을 받아서 아무 생각 없이 지시대로만 말하는 것 같은 느낌... 인데요?)

그... 유우키 군은 제게 무슨 볼 일이 있었나요? 이게 아니고... 그...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게 있었나요?

(아아! 저까지 이 애들의 영향을 받아서 말을 더듬거리게 되었어요! 아이들 상대하기란... 정말 어려워!)

 

마코토

나, 형아를 만나러 왔어.

 

아키오미

형아?

 

마코토

네. 세나 이즈미 형아.

 

아키오미

그 애로군요. 형아라고 부를 정도면 사이가 좋나 보네요.

 

마코토

친절하니까. 형아. 후후후.

 

아키오미

(앗, 이 애도 웃긴 웃네요. 웃으니까 평범한 그 나이대 어린이처럼 보여요.)

그보다 세나 군을 만나러 왔다는 건 무슨 뜻이죠? 이 거리에는 저희 모델 소속사 밖에 없는데......?

 

마코토

응. 형아, 앞으로는 거기서 일한대.

 

아키오미

네? 저희 소속사에서 세나 군한테 일을 의뢰한 건가요? 아니면 소속사를 이적한다는......?

 

마코토

잘 모르겠어. 지도, 받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만나러 오라고.

나 아무 일도 없는데 만나러 왔다? 후후후.

 

아키오미

(으음~...... 유우키 군한테는 물어봐도 모를 테죠. 누구라도 자세하게 사정을 알고 있는 어른이라도 있으면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싶을 정도예요.)

(우선은 이런 어두운 길에 어린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유우키 군. 우리 소속사에 볼 일이 있는 거라면 저와 같이 가요. 자, 넘어지면 안 되니까 형이 손 잡아줄게요.

(라니... 좀 변태 같을까요? 으~ 어린이와의 거리감을 모르겠어요.)

 

마코토

고맙습니다. 늘 신세가 많습니다.

 

아키오미

늘은 한 적 없는데요......?

(뭐라고 해야 하나...... 중학교를 다니면서 모델 일을 하는~ 뭐 이런 단조로운 나날에 질려있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사태에 휘말리는 건 바란 적 없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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