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후>

코하쿠 : 모처럼 괜찮은 일을 찾었으니 자랑허려고 한껏 기합 좀 넣고 와봤더니만.

           우리가 매번 아지트처럼 쓰던 카페가 정기 휴일일 줄이야......

           그러면은 이짝에 와있으려나 싶은데...... HiMERU 씨 있으려나?

린네 : 아싸~! 니키 소유의 이 빌딩은 딱 지금부터 이 린네 군 거다~! 있는 돈 싹 다 내놓으라고~!

니키 : 으아아아아악!? 이, 이럴 수가~! 그 빌딩은 제가 온 정성을 다해 이제야 겨우 키워놓은 건데~!

HiMERU : ㅡ이전 수가 악수였어요. 이대로라면 시이나는 파산할 것 같으니 HiMERU도 채권을 회수하도록 할게요.

니키 : 악마임까!? HiMERU 군의 피는 대체 무슨 색임까아아아~!

린네 : 꺄하하하☆ 돈~이다, 돈~이다♪

코하쿠 : ......찾을 필요도 없었구먼.

           그나저나 또 도박인가. 저게 아이돌의 모습이라니 말세구먼......

           돈 귀신 놈들이 모인 지옥이라고 허는 것이 더 이해가 되겄어.

           뭐어, 여기서 저 미친 연회를 가만 보고만 있어도 뭐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키진 않지만 말이라도 걸어봐야 되겄네.

           다들 즐거워 보이는구먼. 시끌시끌한 것이 가만 지나칠 수가 없구먼.

린네 : 오옷, 코하쿠 쨩, 수고했다♪ 코하쿠 쨩도 같이 하자고!

코하쿠 : 안 헌다. 흐음, 돈이 어째저째 하는 게 들리길래 당연히 도박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었는데, 전에도 들고 왔던 보드 게임이었구먼.

HiMERU : ㅡ맞습니다. 아마기가 하도 하자고 하길래 오늘은 어울려주기로 했습니다.

             실물 돈을 걸고 하는 것이었다면 HiMERU도 승낙하지 않았을 겁니다.

린네 : 그런 거라고! 뭐어, 진짜 돈이었으면 나한테는 이득이지만.

        여튼 그래서 코하쿠 쨩도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다 이거야.

코하쿠 : 안 헌다고 내 분명히 말했다.

           그나저나 명색이 아이돌이란 작자들이 이런 돈 비린내 나는 게임으로 이리 신나 하는 것도 어떤가 싶은데.

           나가 인터넷에서 봤던 아이돌 상하고는 동떨어져있구먼.

           다행히 여기는 일반인은 들어올 수가 없고 신경 안 써도 될지도 모르겄지만, 동업자들한테는 바보 취급당하는 것이 아닌가?

린네 : 꺄하하하☆ 착하구만. 그런 낡아빠진 아이돌 상같은 건 갖다 버려 버리라고.

        상식의 틀에 계속 갇혀만 있는 건 그냥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재미없잖아, 그런 건.

니키 : 린네 군한테는 그런 도덕을 알려줘도 헛수고고 쪽박 차는 승부에 대실패라고요~, 코하쿠 쨩. 배만 고플 뿐임다.

        그나저나 여기는 왜 왔어요? 저희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음까?

코하쿠 : 앗, 맞네! 너무나도 바보 같은 광경에 까맣게 잊고 있었구먼.

           할 말이 있는 건 HiMERU 씨만이긴 헌데.

HiMERU : ㅡHiMERU말인가요? 뭐죠?

코하쿠 : 저번 날의 그거, 승부 얘기네. 그거 관련한 일을 찾아왔구먼. 나도 하면 잘한다 이 말이네. 콧콧코♪

HiMERU : ㅡ호오.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린네 : 좋은데! 어디 어디? 나도 좀 보자~

코하쿠 : 앗, 린네 씨가 보면은 우리가 불리해지잖아! 저리 가게! 훠이 훠이!

린네 : 매정하구만~, 린네 군하고 코하쿠 쨩 사이잖냐. 그리고 나한테 보여줘서 생기는 메리트도 있다고!

        한 마디로 부담을 줄 수 있다! 손에 든 패를 보여줘서 상대방을 동요하게 만드는 것도 도박에서는 아주 유효한 수단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한 번 보자~☆

니키 : 우와~, 어떻게 그렇게 눈 깜박 안 하고 말이 술술 나옴까. 진짜 존경스러울 지경임다.

린네 : 니키 군~, 거기서 차렷 한 채로 입 딱 다물고 서있어라? 안 그럼 아마 죽을걸♪

니키 : 에, 에에~......? 왜 절 보고 그런 격투가 같은 자세를 취하심까? 우, 우리 원만하게 해결해요, 린네 군?

        앗, 그 미소가 무서운데......!?

코하쿠 : ......아아, 정말. 귀찮구먼, 알겠어! 알겠다고! 나가 처음으로 찾아온 일이고, 어찌할 수가 없으니까 린네 씨랑 니키 씨한테도 보여주겄어.

           나는 관대한 사람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허게♪

HiMERU : ㅡ이런이런. 뭐, 이렇게 타협하는 것도 또 하나 성장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ㅡ그나저나 슬슬 본 주제로 들어가 볼까요. 오우카와가 찾아온 일은 어떤 일인가요?

코하쿠 : 그렇지. 조금만 기다리게. 『홀 핸즈』 페이지에 북마크를 해두었지.

           어디 보자... 아, 이거야 이거!

HiMERU : ㅡ어디......?

             으응......? 이건......

코하쿠 : ? 뭣이 문제라도 있는가?

린네 : 뭔데? ......응~?

니키 : 아...... 이거군요~......

코하쿠 : 다들 몰려들어가지곤 그 미묘한 반응은 뭐인데!

 

 

*

 

 

코하쿠 : 호~오. 뭉뚱그려 일이라고는 해도 다양한 것이 있구먼......

           이제 와서 허는 소리지만은 참말 이런 시시한 내기에 참가해도 됐는가? HiMERU 씨.

HiMERU : ㅡ그 때의 아마기의 상태로 보아 참가하지 않으면 더 귀찮아질 거라고 HiMERU는 생각했답니다.

코하쿠 : 것도 그렇구먼. 그 상태면은 거절하여도 갖은 떼를 다 썼을 게 눈에 훤하구먼.

           결국엔 그 뒤에 팀전이네 뭐네 하여 나와 HiMERU 씨, 린네 씨와 니키 씨 팀으로 나뉘어서 일을 찾게 되었으니.

           이렇게 지금 『홀 핸즈』를 보고 있는 건데......

           머리가 좀 식으니까 이런 멍청한 일에 HiMERU 씨와 니키 씨를 끌어들이게 헌 것이 왠지 면목이 없구먼.

HiMERU : ㅡ일단 시작한 이상은 그만둘 수 없으니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아도 돼요, 오우카와.

             게다가 나름 재밌는 구석도 있어서 걱정하실 것 없어요.

코하쿠 : 그렇구먼. 그런데 아까는 이런 내기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혔었잖아.

HiMERU : 후후. 내기 자체는 지금도 찬성하지 않아요. 하지만 오우카와가 일과 마주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 걸 즐기고 있다, 이런 느낌일까요.

             ㅡ며칠 전의 그 건으로 HiMERU들은 사면초가 상태기도 하고, 아이돌로서의 일을 할 수 있을 때 해두는 것이 제일 상책일 테니까요.

코하쿠 : 그렇지.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구먼. 여도 저도 세상 살기 참으로 힘들구먼. 뭐어, 우리 경우는 자업자득이지만.

HiMERU : 게다가 아마기의 말이 『저』한테도 조금 꽂힌 부분도 있어서......

             아뇨, 이건 상관없는 얘기예요.

코하쿠 : 뭐시여, 갑자기 중얼중얼. HiMERU 씨도 꽤나 희한한 사람이구먼.

           뭐, 상관없네. 본인이 즐기고 있다고 허니 나도 그 호의를 받겄어.

           그나저나 이 『홀 핸즈』란 것은 참말 편리허네. 일에 관한 정보를 한 방에 볼 수 있고, 검색 기능도 나무랄 곳이 없어.

           앗, 이 일도 우리 『Crazy:B』가 받을 수 있겠구먼.

HiMERU : 어떤 거요? ㅡ아, 그렇네요. 이건 문제없어 보이네요.

코하쿠 : 으~음...... 평소 같으면 픽업해둔 놈들에다 다 침 바르고 저짝의 반응을 기다리면 그걸로 끝이었지만은......

           린네 씨보다 좋은 일이라고 허니 어떤 걸 골라야 하는 건지.

           뭣을 골라도 이길 것도 같고, 질 것도 같은 기분이 드는구먼. 고민되네.

           HiMERU 씨는 솔로 활동도 하였었고, 나보다는 업계 경력이 긴데. 무엇이 괜찮은 일인지 그런 의견은 없는가?

           타인의 경험은 무엇보다도 좋은 참고서라잖아♪ 인터넷에서도 광고보다 다른 자의 SNS 리뷰를 보는 게 철칙이고.

HiMERU : ㅡ으~음...... 경력은 길지만, HiMERU도 그다지 스스로 일을 따오진 않았어서.

             게다가 일의 『질』이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한때는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 뭐든 했었거든요.

코하쿠 : 호오. 그건 또 어렵구먼. 그래 했으면 어쩔 수 없지. HiMERU 씨의 얘기를 참고할 수가 없으니 어찌해야 할꼬......

HiMERU : ㅡ게다가 지금은 HiMERU가 일을 고를 수 없어요. 그럼 내기에서 이겨도 아마기한테는 진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코하쿠 : ? 무슨 뜻인가?

HiMERU : ㅡ아마기는 경박하긴 하지만, 그 사람은 또 나름대로 진리에 도달했다고 HiMERU는 생각하거든요.

             뭐, HiMERU도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얼마나 멋진 제목을 붙여놓아도 이 세상은 약탈의 세상이에요. 그건 아이돌 업계도 마찬가지.

             착취당하지 않으려면 머리를 써서 선택해 나가는 게 필요해져요.

             그런 부분은 그 남자가 자신 있어하는 분야겠죠.

             ......이런, 이 속에는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결코 아마기처럼은 되지 마세요, 오우카와.

             여러 사람이 힘들어지니까요. HiMERU도 힘들어지고요ㅡ즉,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의 선택』이란 거예요.

             ㅡ아까 오우카와가 했던 이야기. 예를 들면 광고나 리뷰 중에 어떤 것을 믿을지와도 비슷한 문제예요. 선택이란 것은 간단한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뺏는 것도 뺏기는 것도, 피하는 것도 싸우는 것도, 어떻게 살든 간에 그게 자기가 생각한 후에 내려진 선택이라면 자기 자신은 납득할만한 것일 테니까요.

코하쿠 : 그렇구먼. 즉 나가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거구먼.

HiMERU : ㅡ그렇죠.

코하쿠 : 그나저나 참말 함축적인 깊은 이야기였구먼. 설득력이 있어. 마치 몸소 경험한 이야기 같구먼?

HiMERU : ㅡ어디까지나 일반론입니다♪

코하쿠 : 뭐 그럼 그런 걸로 칠까.

           어디, 그럼 나는 좋은 일이 있나 없나 『홀 핸즈』와 눈싸움이라도 벌여봐야겠구먼.

           이 이상 그 멍청이한테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열이 받고, 어디 한 번 나도 내 실력을 보여주겄어.

 

 

 

*

 

 

린네 : 안녕들하심까~! 외로움 쟁이 보~이인 너희들을 위해 린네 님이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러 왔다구☆

        어이어이어이, 감격에 겨워서 울진 말어라.

        교실 구석탱이에 혼자 있는 녀석을 가만 못 냅두는 천성이라서 말이지. 음~ 나 진짜 반장감이야♪

        그런고로 코하쿠 쨩 노트북은 몰수~☆ 학교에 이런 건 들고 오면 안 됩니다!

코하쿠 : 으아악!? 뭐하는 게야, 이 멍청이! 머리 위에 올라타지 말아! 그리고 노트북도 당장 내놔!

린네 : 오오, 입이 험하시네. 계속 노트북만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가 보네? 그런 아이로 키운 적 없답니다.

코하쿠 : 그대 밑에서 자란 기억도 없네. 자네야말로 인생의 입학부터 다시 하고 오게.

린네 : 꺄하하☆ 오늘도 날이 잔뜩 서있구만, 코하쿠 쨩♪ 애들은 건강한 게 최고라던데.

코하쿠 : 매번 그래 애 취급하지 말라 했는데, 거 참 재수 없게.

HiMERU : 후후. 사이좋아 보여서 다행이네요.

코하쿠 : 어딜 어째 봐야 그래 생각이 드는 건지.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정도껏 해여지.

린네 : 그나저나 코하쿠 쨩 말이야, 네 요 깜찍한 머리는 장식이냐?

코하쿠 : 뭔데, 갑자기. 그대가 이 짝으로 온 건 나한테 시비 걸라고 왔다 이건가?

           그런 쓰잘 떼기 없는 걸로 정신 쓸 바에는, 저쪽에서 니키 씨랑 보드 게임이라도 하는 게 어떨런가?

린네 : 안타깝게도 니키한테는 차였거든. 이 몸을 차다니 배짱 한 번 좋지.

HiMERU : ㅡHiMERU는 비교적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린네 :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냐, 어이. 뭐어 니키 놈은 나중에 응징할 거니까 그렇다 쳐도......

        그런 것보다도 너 말이야 너, 코하쿠 쨩. 아까 하던 얘기를 들어버렸단 말이지.

코하쿠 : 뭔데. 그대도 센티멘탈한 소리 하려고 왔다는 거야?

린네 : 아~니? 네 말도 일리 있다고 생각해. 자기가 건 패에 후회하고 낙담하는 그딴 건 삼류나 하는 짓이란 말이지.

        그거보단 다음 수를 생각하는 게 훨배 건전하잖냐.

        근데 말이지. 그건 내가 둔 수일 때의 얘기야.

        생각하길 포기하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받아들이는 그런 건 삼류도 못 돼ㅡ 그냥 인형이나 다름없어.

        신인 그런 걸 다 떠나서, 그런 놈은 일 자체를 못 따낸다는 거지!

코하쿠 : 설교라니 황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구먼. 그대는 나가 인형이라고 하고 싶은 건가?

린네 : 이건 충고라고. 못 들었으면 모를까 들은 이상은 애들의 착각을 고쳐주는 게 어른이 할 일이니까 말이야.

코하쿠 : ............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일을 따온 적이 없구먼. 지금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도 설득력이 없겠어.

           좋아. 그렇게까지 말 헌다면 나가 『Crazy:B』 일을 따와주겠어.

           그래서 나가 인간이 맞다는 걸 증명해주겠어. 그래 하면 불만 없지?

린네 : 오옷? 좋은데, 그 마음가짐! 좋아한다고, 그런 거♪

HiMERU : 아마기, 잠깐만요.

린네 : 앙? 왜?

HiMERU : ㅡ아무리 그래도 소속사를 경유하지 않고 일을 따오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HiMERU들은 『그랬을』 텐데요.

린네 : 그런 좀스러운 소리 하지 말라고. 소속사랑 교섭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을 만큼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코하쿠 쨩이 일을 따올 수 있냐 없냐가 하이라이트니까 말이야.

        ......으응? 그러고 보니까 지금 이 상황ㅡ 내기 걸기 딱 좋은 상황 아냐?

        꺄하하하☆ 안 그러냐, 안 그러냐!? 좋아! 코하쿠 쨩이 일을 따올 수 있을지 없을지 내기하자!

코하쿠 : 허어? 멍청하긴......

HiMERU : ㅡ아마기...... 설마 내기까지 시작할 줄이야...... 이건 HiMERU도 어이가 없네요.

니키 : 린네 군, 아무래도 내기가 안될 것 같은데요~?

        네, 다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HiMERU 군하고 코하쿠 쨩이 주문한 커피하고 히야시 아메 임다.

린네 : 앗! 왜 나 마실 건 없어!? 우선은 나 있는 데로 먼저 갖고 오는 게 맞지 않냐!?

니키 : 아야! 아야야야! 헤드락 걸지 마! 애초에 린네 군은 주문 자체를 안 하지 않았슴까!?

린네 : 주문했건 안 했건 당연히 갖고 와야지! 인마 인마~♪

니키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갸악!? 아야야야!? 진짜 아파!

린네 : 이 몸의 강렬한 사랑의 포옹이라고! 단, 머리 한정이지만! 기뻐서 눈이 핑 돌지? 부끄러워하지 말고 더 느끼라고 니키 이 자식~♪

니키 : 다른 의미로 눈이 핑 돌기 시작했는데요~! 진짜 하지 마요 린네 군......!

        아, 눈앞에 별이 빛나기 시작했는데요!?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니냐고요!?

HiMERU : ㅡ아마기, 그만하세요. 이런 데서 『유닛』 멤버를 줄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HiMERU는 생각합니다만......

린네 : 아앙? ......뭐어, 그것도 그렇네.

니키 : 푸하! 하마터면 삼도천을 건널 뻔했슴다......

HiMERU : 그런데 시이나는 왜 아마기의 내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말했지만 HiMERU도 그런 내기는 찬성하기 어렵지만요.

니키 : 으응? 아~, 아니, 제가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닌데요?

        그냥 『홀 핸즈』를 열면 일은 의외로 쉽게 구해지지 않나요? 그럼 내기가 성립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코하쿠 : ......그러고 보니 그렇구먼. 뭐야 린네 씨, 날 이기게 해 주려고 그러는 건가?

린네 : 꺄하하하☆ 내가 그런 재미없는 내기를 벌일 리가 없잖냐! 내기는 대등하니까 재밌는 거야!

        그래! 지금 이 상태라면 코하쿠 쨩이 유리하게 되긴 하지. 그러니까 코하쿠 쨩을 위한 『방해물』을 소개하겠어!

HiMERU : 『방해물』......?

린네 : 경마장에서도 핸디캡으로 추를 달고 달리기도 하고 말이야. 그거랑 똑같은 거다!

        코하쿠 쨩을 위한 『방해물』ㅡ 그건 즉 이 몸! 자, 다들 박수~☆

코하쿠 :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그대는 평상시에도 나의 『방해물』인데. 이 귀찮은 인간아.

린네 : 어이어이어이, 그런 무정한 소리 하지 말라고. 린네 군 확 울어버린다?

        뭐, 어쨌든. 이 몸도 일을 따러 갈 테니까 말이야. 코하쿠 쨩하고 나 중에 누가 더 좋은 일을 따올 수 있는지 승부다!

        나는 내가 더 좋은 일을 따온다는 쪽에 걸겠어! 코하쿠 쨩도 너 자신한테 걸겠지.

        물론 진 쪽은 벌칙을 받는 거다♪

 

 

*

 

 

린네 :

야~...... 야~ 하자고, 니키~

 

니키 :

앗, 주문 다 정하셨슴까? ......커피 한 잔이요! 알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린네 :

야, 인마. 무시하지 말라고. 야~, 야~

 

니키 :

아니 진짜~ 갑자기 코하쿠 쨩이랑 HiMERU 군까지 거느리고 와선 대체 왜 그러는데요, 린네 군.

......저 지금 뭐 하는 걸로 보이세요?

 

린네 :

청춘 낭비잖아!

 

니키 :

대체 어딜 봐서!? 어딜 어떻게 봐도 카페에서 알바하고 있는 거잖아요!

 

린네 :

꺄하하☆ 그러니까 그걸 낭비라고 하는 거 잖냐? 이 세상에서 만인한테 평등한 건 『시간』밖에 없다고?

그걸 일부러 노동에 낭비하지 말라고, 아깝게시리.

그러지 말고 나랑 더 생산적인 거 하자♪ 니키의 시간 (팁)을 이 몸한테 걸어보라고. 절대 손해 안 보게 해 줄게!

 

니키 :

이미 저의 지금 이 시간은 손해 본 거라고 알아차려 줬으면 함다. 

그래서요? 일단 물어봐주기라도 할게요, 린네 군은 대체 뭘 하고 싶다고 하는 건데요?

 

린네 :

눈깔 땡그랗게 뜨고 잘 봐라! 이 『땅값 불리기 보드 게임』을.

이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전장을 살아남기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이만한 게임이 없잖냐! 자산운용도 일종의 겜블이고.

 

니키 :

엄청 큰 상자를 들고 있네 했는데 『모노*리』? 어디서 난 거예요, 그거?

 

린네 :

파친코 확변에서 대박 터졌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떼돈 벌었다 이거야. 웃음이 안 멈추네! 꺄하하하하☆

거기 경품에 이게 있더라고. 재밌어 보이길래 바꿔왔지. 노동하지 말고 이거나 하자고! 니키 군, 우리 같이 놀아요~♪

 

니키 :

에엥? 저는 싫은데요~?

그런 게 훨씬 더 시간 낭비임다. 배만 고플 뿐이라고요. 가뜩이나 영양 섭취하기 힘든 몸인데 이 이상 더 뺏지 말라고요.

그리고 애초에 게임은 생산성 자체가 없잖아요.

 

린네 :

흐흥♪ 물러 터졌구만. 생산성 부분은 진짜 돈으로 하면 해결이라고! 패배자는 착취당하고, 죽을 때까지 노예 하면 되잖냐☆

오늘의 나는 운이 좀 좋거든! 그런 고로 네 놈 골수까지 싹 빨아먹어서 정신 쏙 빠지게 해 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니키 :

그게 뭔 논리예요!? 넌 파까지 들고 있는 오리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왜 제가 제 발로 호락호락 냄비 속으로 들어가야 되나고요!?

횡포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요, 린네 군. 그야 오리찜은 저도 좋아하는데 말이죠~, 내가 그 재료가 되는 건 싫다고요.

 

린네 :

이 바보 자식아, 섭리라는 건 원래 그런 거 잖냐.

그러니까, 일단은 앉아봐. 자, 주사위 던져서 선공부터 정하자고!

 

니키 :

제 얘기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왜 저도 참가하는 걸로 됐냐고요~! 아니~ 진짜 싫슴다, 이 사람......

코하쿠 쨩이랑 HiMERU 군이랑 하면 되잖아요...... 응, 어라? 어디 갔지......?

앗! 둘 다 치사함다! 그렇게 멀찍이 떨어진 데 앉아서 모른 체하고 있다니!

 

린네 :

어이, 니키. 간다~♪

 

니키 :

그러니까 안 한다고 했잖슴까~!

 

코하쿠 :

............

어째 저기는 꽤나 열이 올랐나 보네. 재밌어뵈서 다행이지만.

한 패로는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HiMERU 씨 쪽으로 와서 정답이구먼. 여기면은 느긋허게 노트북도 좀 볼 수 있고ㅡ

 

HiMERU :

......후후.

 

코하쿠 :

......HiMERU 씨, 어째 방실방실하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구먼. 뭔가 재밌는 거라도 있는가?

 

HiMERU :

ㅡ아, 아뇨. 그저 잠깐 『홀 핸즈』에 나와있는 구인 정보를 보던 것뿐이에요.

 

코하쿠 :

『홀 핸즈』......? 왜 또? 그리 재밌는 구인이라도 있었는가?

뭘까? 내가 예전에 인터넷 서핑하면서 봤던 희한한 구인은 『유적 발굴』이었는데......?

 

HiMERU :

그런 구인도 있었나요? 그건 흥미롭네요♪

하지만 아니랍니다. HiMERU가 보고 있던 건 신인용 일이에요.

ㅡ왜, 구인은 조건 항목 별로 구분되어 있잖아요?

그중에 신인들도 받을 수 있는 일을 부지런히 따내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흐뭇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분명 아주 열심히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가고 있겠죠.

 

코하쿠 :

흠?

 

HiMERU :

ㅡ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네요, 오우카와?

 

코하쿠 :

그대가 열심히 보던 게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것의 어디가 흐뭇한 건지?

그도 그렇잖아? 『조건에 맞는 일이 있어 그걸 따낸다』 그뿐이지 않나?

아무것도 흐뭇할 것이 없는데.

 

HiMERU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분해하는ㅡ

그런 드라마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신인의 수만큼 요.

ㅡ그렇기 때문에 HiMERU는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코하쿠 :

......? 의외로 센티멘탈한 사람이었구먼, HiMERU 씨.

뭐, 어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는 엄청난 『넘의 일』맨치로 들리긴 허는데.

 

HiMERU :

ㅡ어라? 그런가요?

 

코하쿠 :

뭐, 됐구먼.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하나도 모르겠네. 일이 있으면 따내면 되고, 못 땄으면 다른 데를 찾아보면 된다고 생각 허는데.

그런 거에 움직일 감정 같은 건 없네. 바깥사람들은 그런 걸로 일일이 일희일비 허나? 참으로 어렵고만.

 

HiMERU :

............

 

*

 

 

<다음날>

 

레오 :

언제 와도 널찍하구나~, 공항은!

오고가는 인간의 배경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멜로디가 떠올라, 아아 작곡하고 싶어!

 

이즈미 :

좀만 더 참으라구. 날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 건 레오 군이잖아.

 

레오 :

와하핫. 공항까지는 잘 따라왔잖아~? 이걸로 해방이다!

 

이즈미 :

또 그런 말 하네...... 그냥 공항에 놀러 오고 싶었던 거 아냐~?

근데 다른 멤버들은 아직 안 온 거야?

달타냥을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서 넘겨주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지만.

결국 『Knights』의 신입한테 넘겨줄 거면 날 더 우선으로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레오 :

노병은 그저 떠나갈 뿐, 이라고 하잖아~? 그 녀석들이 바쁘면 나만이라도 배웅해줄게.

 

이즈미 :

아니, 우리 『노병』이란 소리 들을 만큼 늙진 않았거든?

......뭐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도 이제 어른이다~ 하는 기분이 확 드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이번엔 나도 어른스럽게 얼른 돌아가도록 할게.

해외 한 번 나갈 때마다 매번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지 않아도 조만간 또 만날 거란 건 이미 아니까.

 

레오 :

그러게. 우리는 이제 학생 신분을ㅡ 그런 인간관계 제도를 넘어섰으니까 말이야~?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있기만 하면 언제든지 어디서든 만나러 갈 수 있어.

 

이즈미 :

......벌써 탑승 시간 1시간 전이네. 슬슬 소지품 검사하러 게이트 앞으로 가야겠어.

쿠마 군들이 안 온 건 아쉽지만 그 대신 선물은 없는 걸로ㅡ

 

리츠 :

잠깐, 셋쨩!

 

이즈미 :

오오?

 

츠카사 :

하아, 하아...... 아아, 다행이에요. 아슬아슬하게 제때 도착했네요......

 

아라시 :

미안해. 달타냥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다 보니까 늦어버렸네.

 

레오 :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야~ 너희가 배웅하러 안 오니까 세나가 선물도 없는 셈 치면 되겠다고 하려던 참이었다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였네!

 

아라시 :

선물 사주는 거야? 그럼 면세 화장품으로 부탁할게, 이즈미 쨩♪

 

리츠 :

나는 뭐든 좋아. 굳이 말하자면 홍차?

 

츠카사 :

그렇다면 저는 해외의 Cookie로 부탁드립니다. 홍차와 어울리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즈미 :

아슬아슬하게 늦어놓고 뻔뻔하다고 생각 안 해~!? 그나저나 나루 군은 네가 사면 되잖아~?

 

아라시 :

뭐 어떠니. 모처럼 가는 해외인데♪

 

이즈미 :

응, 기각~ 나루 군 선물은 내 예산과 센스에 맡기는 걸로.

나머지 둘은... 뭐 나쁘지 않은 걸로 골라올게.

......아, 쿠마 군한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문제는 잘 해결됐어?

 

리츠 :

응. 이래저래 신경 쓰게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Knights』는 더 견고했어.

계속 활동하는 한, 문제는 없진 않겠지만. 다음엔 더 냉정하게 대응할게.

신입 건도 달타냥 건도... 앞으로 일어날 문제도 전부 다 통틀어서ㅡ 나는 『Knights』의 참모로 최선을 다할 거야.

 

아라시 :

우후후. 그런 셈 치고는 달타냥 짱과 작별할 땐 살짝 기운 없지 않았니?

 

츠카사 :

후후후. 선배님들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리츠 선배와 달타냥의 감동의 이별을♪

 

리츠 :

시, 시끄러워! 놀리지 마! 며칠 동안 계속 붙어 있어서 좀 이상해졌다고나 할까ㅡ 그건 고양이 털이 간지러워서 그랬을 뿐이야!

 

이즈미 :

흐음. 그런 거면 안심이네.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끔만 조심하라고?

 

리츠 :

명심할게. 그러니까 안심하고 다녀와. 셋쨩.

 

아라시 :

바이 바이. 선물, 기대하고 있을게♪

 

레오 :

안녕! 또 뭐가 있으면 불러들일 테니까!

 

츠카사 :

레오 씨, 그러다간 세나 선배의 몸이 견디질 못한다고요?

 

레오 :

아니야, 세나는 욕을 하면서도 돌아와 줄 거라고 생각해.

와하하, 모델과 아이돌을 양립이라는 어려운 길을 일부러 선택한 거니까~?

 

이즈미 :

그건 레오 군도 마찬가지잖아. 음악가와 아이돌도 상당히 혼자 하긴 힘든 일이면서?

 

츠카사 :

후후. 『Knights』 선배님들의 Vitality에 관해선 제 기우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다녀오세요, 세나 선배.

 

이즈미 :

잘들 있어. 내가 없는 동안에도 땡땡이치지 말고 열심히들 하라고?

 

아라시 :

우후후. 배웅도 이제 끝났고, 츠카사 쨩?

 

리츠 :

응. 우리한테 다음 명령을 내려줘, 『왕님』.

 

츠카사 :

네, 물론이죠.

ES Building으로 돌아가서 빨리 Lesson 합시다.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Performance가 소홀해지면 안 되죠.

『Knights』의 새로운 기사 이야기는ㅡ 이제 막 시작된 거니까요.

......그렇죠, 선배님들♪

 

*

 

 

<며칠 뒤>

 

리츠 :

후아아, 힘들다......

입양자 후보 면담이란 게 꽤 기운 쓰는 일이구나. 면담한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같아 보여서 다행이지만.

근데 말이야, 달타냥...... 넌 진짜 좋고 싫은 게 확실한 녀석이구나?

『Knights』 멤버들한테는 잘 따르면서 왜 다른 사람들한테는 털을 곤두세우면서 위협하는 건지. 설마 나랑 못 만나게 되는 게 속상하다던가?

아하하. 날 그렇게 빤히 쳐다봐도 곤란한데.

그런 눈을 해도 난 널 못 키워. 지금은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

많은 신입들이 『Knights』에 들어오고... 츠키삐~도 셋쨩도 유메노사키 학원을 졸업했어.

그런 상황에 또 학교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기사는 나야.

그게 몇 명이건 사람들을 말려들게 해서 구해나가는ㅡ 그런 역할은 형님이 아닌 이상은 못 하니까. 오히려 지금 있는 관계를 온 힘을 다해 지키고 싶어.

널 입양하면 오히려 내가 과부하가 올 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너도 불행해지는 거라고. 알겠지, 달타냥?

앗...... 자고 있네......

뭐, 됐어. 이 녀석은 영리하니까, 분명 이해해주겠지.

그나저나 스~쨩이 그만두라고 했던 신입 애들도 지금쯤이면 괜찮아졌겠지?

......여보세요. 난데.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유메노사키 학원에 있는 다른 『유닛』을 소개해준다니 주제넘은 참견이었지?

만약 괜찮다면 내일도 나랑 같이 가줬으면 좋겠는데......

응? 이제 됐다고? 그걸로 괜찮아......?

『홀 핸즈』를 봐달라고?

으, 응. 알았어. 그럼, 일단 끊을게.

......영상? 이거... 아냐,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맞아.

『홀 핸즈』에 신입들의 춤 영상이 올라와있어.

『저번 일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 『Knights』에 복귀하게 해 주세요.』......?

후후.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아, 여보세요. 몇 번이나 미안.

춤 영상, 잘 봤어. 그 뒤로 꽤나 레슨 했나보네, 전보다 움직임이 좋아졌어.

영상으로만 봤을 땐, 난 『Knights』에 복귀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탈퇴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도 되냐...... 고?

아하하. 그럼 애초에 영상 같은 걸 안 보내지 않았을까? 그것도 이렇게 레슨한 흔적이 보이는 걸로.

응. 스~쨩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반성하고, 적어도 선배들에게 되갚아주기 위해 열심히 레슨한 그 기개ㅡ 분명 『Knights』에 잘 어울릴 테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내가 선배인데 미안하게 생각해. 원래대로면 더 빨리 너희에게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ㅡ달타냥을 이끌어준... 아토스처럼.

어라? 『삼총사』 몰라? 이게 세대 차이인가?

아냐. 굳이 안 읽어도 돼. 그냥 내가 꺼낸 얘기니까.

열심히 했네, 수고했어. 그럼 또 연락할게.

(......다행이다. 영상을 본 다른 멤버들도 호의적인 의견을 주고 있어.)

(이건 내가 일부러 끼어들 필요도 없어 보이는데?)

어쩌면 달타냥은 불행을 가져오는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나에게 메시지를 전해주러 온 행운의 검은 고양이일지도 몰라.

『신입 기사의 기개를 얕보지 마라』 ......뭐, 이런 거.

......그렇지.

『긴급 연락. 『Knights』 멤버 중에 고양이 키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신입도 편하게 말해주세요.』...... 됐다.

이러면 나도 가끔은 돌봐줄 수 있을 거고...... 이 고집쟁이 고양이도 조금은 만족해줄지도 모르잖아?

나 혼자였으면 양손에 들 수 있는 게 적지만, 『Knights』라면 분명 더 많은 걸 짊어질 수 있어.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달타냥.

 

*

 

 

이즈미 :

......그래서? 뭐가 어떻게 풀려서 입양자 찾기를 하게 된 건데?

 

츠카사 :

네. 이대로라면 『Knights』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게 되고, 달타냥에겐 좋은 입양자를 찾아주고 싶어요.

 

리츠 :

아까는 미안해, 셋쨩.

나, 『Knights』에 들어온 신입들한테 아무것도 못해준 게 계속 마음의 짐이었거든. 그래서 적어도... 달타냥한테는 더 좋은 거처를 찾아주고 싶어 져서.

 

이즈미 :

흥. 그걸로 쿠마 군 마음이 좀 풀리면 괜찮지 않아?

내 관용에 면해서 어제 일은 없었던 일로 해줄 테니까 고마워하라고?

 

리츠 :

후후. 지중해보다 넓은 그릇에 감사합니다. .......피렌체가 그쯤에 있는 거 맞아?

 

이즈미 :

피렌체는 내륙에 있으니까, 주위에 바다 같은 건 없다고. 쿠마 군은 해외 가본 적도 있는데, 의외로 지리에 약하단 말이야?

 

리츠 :

아하하.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자고만 있었으니까.

 

레오 :

와하하! 예술은 폭발이다......☆

 

이즈미 :

......왜 레오 군은 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걸까? 게다가 다른 뭐의 추상화 같아서 왠지 기분 나쁜데?

 

레오 :

이거? 사람들 눈에 띄기 좋게 달타냥의 인상을 몽타주를 만들어 본 거야!

어때 세나, 귀엽지~?

 

이즈미 :

귀여워......? 이거의 어디가 귀여운 건지, 자세하게 설명해줄래?

 

레오 :

모르겠어~? 내 혼신의 일러스트의 멋짐이!

 

아라시 :

너그럽게 봐주렴, 이즈미 쨩. 『하늘은 인간에게 두 가지의 재능을 주진 않는다』고 하잖니.

이건 『왕님』의 의뢰이기도 하니까. 그치, 츠카사 쨩?

 

츠카사 :

네. 당연히 『Knights』의 Leader인 제가 솔선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인해전술이 적절하겠죠.

수없이 많은 입양자 후보 중에서 잘 보살펴줄 만한 사람을 찾아봐요.

그 어떤 것도 자신을 낳아줄 부모를 고를 순 없지만, 길러줄 부모 정도는 적절히 골라줘야겠죠.

 

아라시 :

우후후. 나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모든 고양이는 다 귀엽단 말이지. 반드시 멋진 주인님을 찾아줄게......☆

 

레오 :

나도 궁도부에 있던 리틀 존을 돌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니까, 믿고 맡겨줘도 된다고~♪

 

츠카사 :

든든합니다, 선배님들....... 세나 선배도 서류는 한 번 봐주셨을까요?

 

이즈미 :

응.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뒀으니까 안 도울 순 없지.

그 대신, 내가 도와준 거니까 그냥저냥은 용서 못 해. 그 부분은 알지?

 

레오 :

좋아, 좋아. 역시 새로운 『왕님』이네! 민중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내 시대를 과거의 것으로 만들고 있군~♪

아 그래, 『왕님』도 달타냥의 몽타주를 그리는 건 어때~? 『왕님』은 예술을 즐기는 법이지!

 

아라시 :

츠카사 쨩. 몽타주가 끝나면 나도 좀 도와줄 수 있니? 달타냥 쨩의 멋진 사진을 준비해야 되거든☆

 

츠카사 :

물론이죠. 『왕님』이라면 그 정도는 손쉽게 대처할 수 있어요.

 

이즈미 :

그렇다면 『왕님』, 편의점에서 마실 것 좀 사 와줄래? 점심을 급하게 먹었더니 목이 좀 마르단 말이지?

 

리츠 :

아, 나도 부탁해도 돼?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거든.

 

츠카사 :

선배님들...... 『왕님』으로서의 책무를 이용해서 저한테 귀찮은 일을 다 떠맡기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자, 자. 떠들 시간에 서류를 읽어주세요.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서류가 남아 있으니까요.

 

레오 :

오오~? 민중의 불만을 방치하는 건가, 새로운 『왕님』은?

 

츠카사 :

그, 그것도 그렇네요...... 말씀하신 대로예요. 민중이 없으면 『왕님』도 없죠......

라고 할 줄 아셨죠! 자기 마실 건 스스로 조달해주세요!

 

레오 :

우악, 발광하지 마세요! 우리도 이런 이유로 숙청당하고 싶진 않으니까 하라는 대로 할게!

 

츠카사 :

치...... 놀리는 것도 정도껏 해주실래요?

 

리츠 :

그나저나 꽤 오래 걸릴 거 같으니까, 일단 좀 쉬자.

달타냥도 배가 고픈 건지 스튜디오를 어슬렁거리고 있고.

자, 이리 와, 달타냥. 밥 준비해줄게......☆

 

아라시 :

어머나, 리츠 쨩. 험악했던 게 거짓말처럼 친해졌네?

우후후, 나도 밥 줄래♪

 

리츠 :

후후, 내가 준 다음이면 허락하지......♪

 

이즈미 :

뭐야, 그 보호자스러운 얼굴은. 언제 그렇게 사이좋아진 거야?

 

리츠 :

음. 같이 낮잠 자보니까 달타냥을 좀 이해하게 됐어.

이 녀석, 실은 외로운 건가...... 하고?

 

이즈미 :

외로워한다고......?

 

리츠 :

응. 달타냥하고 같이 ES 빌딩 정원에 있었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반응하더라고. 부러워하는 것처럼... 빤히 쳐다봤어.

달타냥은 사실 라이브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의 한가운데 있던 『Knights』에게 기대고 싶어서 온 걸지도 모른다고ㅡ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하하...... 이런 소리도 다 내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라시 :

아니야.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해♪

짧은 기간이지만 사이좋게 지내자, 달타냥 쨩.

용감한 기사들이 널 행복한 곳으로 데려다줄게♪

 

*

 

 

이즈미 :

아아 진짜, 진~짜 짜증 나!

모처럼 돌아온 건데 왜 이딴 거지 같은 취급을 받아야 되냐고!

오물, 오물...... 아아, 이렇게 짜증이 날 때는 맛있는 새우튀김쯤은 먹어줘야 되지 않겠어?

튀김이라도 안 먹으면,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것 같다고나 할까.

 

레오 :

새우튀김 가져간다~♪ 내 비엔나랑 교환이다!

 

이즈미 :

야, 돌려줘! 새우튀김이랑 비엔나는 등가가 확연하게 다르단 말이야!

 

레오 :

일대일 교환이니까 뭐 어때! 해외에서도 일 소개 같은 거 해줬잖아~?

 

이즈미 :

그거에 대한 감사 표시는 전에 벌써 해줬는데 까먹었나 봐? 진짜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한다니까!

 

아라시 :

정말~ 둘 다 식사 중에 소란 피우면 안 되지. 예의 없어 보인다구?

이즈미 쨩이 기분 나쁜 것도 이해하지만, 선배니까 조금 더 냉정해졌으면 좋겠는걸?

 

이즈미 :

흥. 나루 군도 쿠마 군 편을 든다 이거지?

『Knights』도 변했네. 유메노사키 학원 경유로 신입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그랬나?

멤버가 늘었으니까 이러쿵저러쿵 말 많은 OB는 필요 없단 거야?

 

아라시 :

오히려 그 반대라구. OB 두 분이 실망하지 않게끔 힘내고 있는 걸♪

그런데 그만큼 여유도 없어져서 신경이 곤두서 있어. 이즈미 쨩도 보니까 알겠지?

 

이즈미 :

뭐, 그런 느낌을 안 받은 건 아닌데......

그래도 담요 좀 썼다고 그렇게 화를 내? 그 정도까지 막다른 곳에 내몰려있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아라시 :

그러네. 이건 내 추측인데.

얼마 전 라이브에서 신입인 아이와 트러블이 있었잖아. 리츠 쨩은 그 뒤로 어느 때보다 더 생각이 많아 보였단 말이지?

전에도 조금 얘기했던 것 같은데, 지금 유메노사키 학원에는 기사 지망자ㅡ 『Knights』를 동경하는 후배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어.

하지만ㅡ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혹독한 레슨이나 프로 의식에 따라갈 수 없어서, 몇 명정도가 그만뒀거든.

정점은 요전번에 개최되었던 레오 군과 이즈미 쨩도 같이 한 라이브.

그날은 모든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 있었고, 츠카사 쨩은 그 원인이 된 아이들에게 탈퇴할 걸 강요했어.

신입이 그만둘 때마다 『Knights』의 퍼포먼스는 안정되어 갔지.

하지만... 남아있는 아이들에게도 탈퇴를 강요하는 건 뭔가 아니다......라고, 리츠 쨩은 생각한 게 아닐까?

 

레오 :

이상을 위한 숙청이라~? 거 참 호담한 『왕님』이네!

하지만 『Knights』는 그런 집단이었으니까~ 스오~가 나쁘다고 싸잡아서 말할 수도 없지 않나?

 

이즈미 :

응.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열의가 있는 놈들하고 같이 하고 싶고. 빅 3라는 소리를 듣는 『Knights』에 들어올 거면 그 정도는 각오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라시 :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원만한 해결이라고 보긴 어렵잖니?

리츠 쨩은 『Knights』 내에서 투닥투닥하던 시기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으니까, 그때 일이 떠올랐을 거라고 생각해.

 

레오 :

와하하, 릿츠는 상냥한 녀석이니까~♪

 

이즈미 :

『Knights』가 분열하면 중재해주는... 그런 역할이지만ㅡ 그 상냥함이 거꾸로 독이 된 느낌인가 보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질서가 필요해. 그걸 쿠마 군 옆에 있는 『왕님』ㅡ 카사 군이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쿠마 군은 어디 있는 거야?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더니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인데.

 

아라시 :

마침 츠카사 쨩이 찾고 있을 테니까 연락해볼게.

......어머? 둘 다 『홀 핸즈』 좀 볼래? 방금 전에 츠카사 쨩한테서 연락이 온 모양이야.

 

레오 :

뭔데 뭔데......?

 

이즈미 :

달타냥을 입양해줄 사람 찾는 걸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이건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래?

 

레오 :

이 녀석들한테는 또 이 녀석들 나름의 생각이 있지 않을까? 일단 얘기만이라도 들어보자고♪

자, 가자. 세나, 나루!

 

이즈미 :

아니 아니, 아직 점심도 다 안 먹었는데?

나 참 진짜. 레오 군은 진짜 주위 생각은 안 하지? 휘둘리는 사람 입장도 좀 되어봤으면 좋겠는데~?

 

아라시 :

우후후. 그것도 또 『Knights』답지 않니?

어느 시대가 되어도 기사는 시간의 권력에 휘둘리는...... 그런 거 잖니♪

 

*

 

 

리츠 :

............

(두려워하던 게 현실이 됐어.)

(나 때문에... 『Knights』 내에서 또 싸움이 일어났어. 왜 그렇게까지 꼬이게 된 거지?)

(이 고양이만 없었어도. 아니, 내가 더 냉정했더라면.)

(평상시처럼 항상 냉정하게 상황을 내려다보고 제일 맛있는 부분을 가져가는 정도가 딱 좋았을 텐데.)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수많은 위기를 넘어왔으니까.)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ㅡ)

(신입을 그만두게 한 걸, 내가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야.)

하아, 달타냥은 아직도 자고 있어. 정말 무사 태평해 보여서 부럽다.

 

츠카사 :

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리츠 선배.

 

리츠 :

응? 아아, 스~쨩이구나.

아까는 정말 미안. 그리고 혼자 있게 해 줄 수 있을까.
난 이 멍청한 고양이가 깰 때까지 여기서 반성하고 있을게. 이 녀석을 스튜디오에 방치했다가 날뛰기라도 하면 쓸데없이 일만 커질 테니까.

 

츠카사 :

후후. 언동에 비해 동물에겐 상냥하시군요, 리츠 선배는.

 

리츠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낮잠을 방해받는 건 누구든 싫잖아?

아까는 나도 과하게 난동을 부렸으니까 그 반성도 겸해서. 낮잠 중이면 피해는 안 줄 테니까......

 

츠카사 :

그렇게나 당하고도 가까이에... 곁에 두신다니, 리츠 선배의 관용은 저도 본받고 싶을 정도예요.

 

리츠 :

과대평가라고, 스~쨩.

 

츠카사 :

그런가요? 저로서는 리츠 선배의 정신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얘기가 옆길로 빠졌군요. 리츠 선배가 싫지 않으시다면, 인데...... 이곳을 조금만 빌려도 될까요?

반성회가 중지되어서 빈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할까 해서요.

 

리츠 :

우와, 뭐야 그 대량의 서류는...... 뉴디 일?

일부러 밖에서 안 해도 되는데, 나한테 마음이 쓰여서 그런 거야?

 

츠카사 :

아뇨. 리츠 선배의 의견도 여쭤봐야 되는 일이라서요.

리츠 선배, 지금부터 달타냥의 입양자를 찾아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리츠 :

입양자를 찾아......?

 

츠카사 :

네. 선배를 잘 따라서 조금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요.

이대로라면 『Knights』의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게 되고, 그건 리츠 선배도 바라던 게 아니시잖아요?

경찰 쪽에 확인해보니, 아무래도 키우던 고양이가 탈주한 것도 아닌 것 같고.

입양자를 찾아주는 NPO 법인의 자료나 입양 희망자의 정보를 모아 왔어요.

아, 그리고 나루카미 선배는 세나 선배와의 중재를 해주신다고 하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리츠 :

왜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애초에 내가 일으킨 문제잖아.

일부러 스~쨩이나 낫쨩이 도와줄 필요 같은 건 조금도 없는데.

 

츠카사 :

아뇨. 그냥 지나칠 순 없죠. 아까 그 소동으로 리츠 선배가 고민하시던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오히려ㅡ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도 기사를 통솔하는 『왕님』으로서의 책무에 너무 사로잡혀있었어요. 그 결과, 『Knights』의 신입도 몇 명이나 그만두게 했고.

적어도 정식으로 가입하기 전에 제대로 설명을 했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리츠 :

아냐, 사과는 내가 해야지.

나도 선배로서, 좀 더 할 수 있는 게 있었을 텐데. 새로운 『왕님』의 말을 따르려던 게, 너무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고만 할까.

원래대로라면 내가 좀 더 참견을 했었어야 해.

그런데 속에 불만을 끌어안고 있다가,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폭발시켜서ㅡ 정말 미안.

......정말, 성장했네, 스~쨩은. 장하다~, 장하다~♪

 

츠카사 :

오앗? 제 머리를 쓰다듬어도 하나도 재미없다고요, 리츠 선배!

저는 어린애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런 행동을......

 

리츠 :

의미라기보단...... 감사의 마음을 행동으로 보였을 뿐이야.

스~쨩이 새로운 『왕님』으로 이거 저거 생각해줘서 기뻐.

 

츠카사 :

? Leader로서 오히려 부족한 점 밖에 없습니다만......?

 

리츠 :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해내는 게 스~쨩의 좋은 점이야. 물론 낫쨩한테도 고마워하고 있어.

솔직히 오늘 난 기분이 최악이라서ㅡ 사실대로 말하자면 『Knights』의 신입들이 그만두던 때의 꿈을 꿨어.

이대로 계속... 누군가를 상처 입히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무서웠어.

악몽을 가져온 검은 고양이가 불행의 사자처럼 보여서, 이상하게 더 정색하게 되더라ㅡ 정말... 어른스럽지 못하네.

 

츠카사 :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것이죠.

실제로 『Knights』는 우여곡절을 겪어온 『Unit』이니까요.

특히나 제가 소속하기 이전의 『Knights』를 알고 계신 리츠 선배라면... 불안함도 크셨겠죠.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나아가기는 어렵죠ㅡ

하지만 인간은 학습하는 생물이잖아요. 최대한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을 수 있게 선처해야겠네요.

 

리츠 :

아하하...... 위로하려면 가능성이 없는 이상론을 내세웠어도 됐을 텐데. 그런 점은 또 서투르다니깐, 스~쨩은......♪

있지, 스~쨩. 나도 달타냥 입양자 찾기, 도와줄게.

 

츠카사 :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리츠 :

응. 후배가 이렇게 힘내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싫거든. 뭣하면 입양자가 찾아질 때까지 내가 돌봐줘도 될 정도야.

속죄는 아닌데, 그냥 저렇게 내버려두는 것도 기분 안 좋고ㅡ 의지할 곳 없는 신입 기사에게 새로운 직장을 구해주고 싶네.

 

츠카사 :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츠 선배.

이런. 달타냥도 일어난 모양이네요. 후후. 꼬리도 흔드는 게 기쁜가 보네요♪

 

리츠 :

오오. 내가 몰라봤던 모양이네, 달타냥. 조용히 있으니까 의외로 귀여운 거 같은데......?

 

츠카사 :

후후. 이 정도 애교라면 입양자도 금방 찾을 수 있겠어요. 저희가 이 친구의 집을 찾아주죠.

 

*

 

 

<2시간 후>

 

츠카사 :

결국엔 반성회를 하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떨어지지 않았네요.

그나저나...... 후후, 리츠 선배의 무릎 위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는 게, 꽤나 귀엽네요♪

 

리츠 :

하나도 안 귀여워...... 더워서 답답하고 야옹야옹 시끄럽고... 말도 안 되는 불행의 검은 고양이라고.

 

레오 :

어이, 고양이를 『고양이』로 부르지 마! 아까 이름도 붙였잖아~?

『달타냥』! 우리 『Knights』에 이끌려 온 신입 기사!

 

리츠 :

어라. 『달타냥』으로 결정된 거야? 『냥지로』라 그러지 않았어?

 

츠카사 :

그 이름은 아마 세나 선배에게 『Sense가 없다』고 일축되었죠?

 

이즈미 :

응응. 레오 군은 정말 네이밍 센스가 없단 말이지. 또 뭐였지, 『캔디』랑 『냥스케』......

덕분에 반성회 중에 몇 번이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는지.

 

아라시 :

그래도 반성회도 잘 했잖니. 그렇게 화내지 마렴♪

 

이즈미 :

예, 예. 그래서 신입 애들이 몇 명인가 그만뒀다고?

 

츠카사 :

네. 『Knights』의 사상과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통보했습니다.

적어도 D'Altagnanㅡ 달타냥처럼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기라도 해줬으면 했지만요.

 

아라시 :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거 잘 못하지 않니? 이렇게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되는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이즈미 :

나루 군도 요즘 젊은 애잖아. 그 말대로면 우리 OB는 노인네 같아지는데~?

 

아라시 :

어머 이런. 나도 조금은 선배미가 나게 된 거 아니니?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Knights』는 옛날부터 싸우기만 해왔잖아.

얌전한 아이에겐 자극이 너무 강할지도 몰라ㅡ 그런 의미에선 츠카사 쨩의 판단이 정답이라고 생각해.

 

레오 :

응. 신입을 판단하고 그런 건 『왕님』인 스오~한테 맡길게.

그만 두라는 소리를 듣고 거꾸로 되갚아주겠다~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우리랑은 더 잘 맞는다고나 할까. 스오~도 그런 타입이잖아~?

 

츠카사 :

아하하. 부끄럽지만 맞아요......

그런 의미에선 달타냥은 지방에서 나타난 기대의 신성이네요.

 

리츠 :

아니, 저기. 맘대로 『Knights』의 일원으로 치지 마. 내가 민폐를 다 뒤집어쓰고 있단 말이야.

 

레오 :

그러는 너는 아토스구나, 릿츠! 총사대의 최연장자로 신입들을 돌봐주게나!

 

리츠 :

맘대로 등장인물로 만들지 말아줄래? 진짜 진심으로 난처하다고.

이 고양이ㅡ 달타냥은 대체 내 어디가 좋은 거야. 난 낮잠도 자주 자니까 고양이스러운 건 이해는 간단 말이지.

억지로 쫒아내는 것도 좀 마음이 아프고, 뭔가 좀 떨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라시 :

그러게. 이렇게까지 리츠 쨩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것도 신기한데ㅡ 혹시 리츠 쨩의 향이 안심되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리츠 쨩의 향이 나는 게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고☆

 

리츠 :

흐음, 그렇군. 내 향이 나는 거, 말이지?

......뭐라 그럴까, 기분 나쁜 결론밖에 안 나오는데.

 

츠카사 :

기분 나쁜 결론......? 리츠 선배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기우라고 생각하는데요.

 

리츠 :

아냐.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 좋은데, 이 간이 스튜디오에서 내 향이 나는 거라고 한다면......

 

츠카사 :

Studio에 상비해둔 리츠 선배가 애착 담요......일까요.

리츠 선배, 이 담요를 건네주면 고양이도 리츠 선배에게서 떨어져 줄지도 모르는데, 어떡할까요?

 

리츠 :

안돼, 안돼. 그 담요는 내가 제일 좋ㅡ

앗, 으악!?

앗, 잠깐! 갑자기 담요에 달려들지 말라고, 이 멍청한 고양이!

 

츠카사 :

아앗......! 이럴 수가, 고양이가 리츠 선배의 담요를 장난감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멈추세요! 아직 『만져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았다고요!

......전혀 듣지를 않는군요. 고양이가 변덕이 심하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네요.

 

리츠 :

크으윽, 이 녀석의 순발력을 얕보고 있었어......!

돌려줘......! 이런 불행을 가져오는 검은 고양이가 내 담요를 쓰는 건 싫어......! 다들, 도와줘! 내 담요를 되찾아줘......!

 

레오 :

어이어이, 뭘 그렇게 정색까지 해, 릿츠?

싫은 건 알겠는데, 스튜디오에서 그렇게 날뛰면 위험하다고?

 

리츠 :

안돼, 저 담요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란 말이야! 근데 지 좋을 대로 쓰다니, 진짜 용서할 수 없어.

앗, 발톱 갈려고 하지 마! 무슨 짓이야, 이 바보 멍청이 고양이가ㅡ

 

츠카사 :

죄송합니다, 리츠 선배.

소중한 물건인데 쉽게 넘겨줘버린 건 정말 죄송합니다. 이후에 필요하시다면 배상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리츠 선배도 조금 진정해주셨으면 해요.

이걸로 당분간은 Lesson에 전념할 수 있고 세나 선배가 귀국해있는 동안의 귀중한 시간을ㅡ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리츠 :

됐어. 잘 모르는 녀석을 쉽게 접근시켜 놓고선 방해되니까 잘라내 버린다니......

그런 무자비한 짓을 할 바에는 처음부터 떨어트려 놓았으면 좋았잖아!

그래서 싫다고 했잖아! 이 자식은 아무것도 모르고 뻔뻔하게 있고...... 더 밀어냈었어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 결국엔 서로를 상처 입히게 되니까. 그러니까ㅡ!

 

츠카사 :

리츠 선배...... 지, 진정하세요! 오늘 왠지 상태가 이상하신데요?

침착하게, 침착하게......♪ 하시는 평상시의 리츠 선배답지 않다고요.

 

리츠 :

하지만......!

 

이즈미 :

......쿠마 군, 적당히 해.

 

리츠 :

셋쨩......?

 

이즈미 :

잘 들어, 쿠마 군?

나도 기분 안 좋은 날은 있는데, 오늘은 나나 레오 군ㅡ 『Knights』의 OB가 모이는 날이지?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게 기분 나쁜데?

고양이 때문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반성회 중에도 집중 못 했었지?

그렇게 의욕이 없으면 평상시처럼 낮잠이라도 자는 게 더 낫지 않나?

아니면 쿠마 군은 나나 레오 군은 신경도 안 쓰는 거야? 세대교체가 끝났으니까 OB는 얼른 은퇴하는 게 더 좋다 이거야?

 

리츠 :

아냐, 그런 게 아니라ㅡ

 

레오 :

세나, 그쯤에서 그만해.

릿츠도 기분이 좀 안 좋을 뿐이지, 우리를 무시하진 않았잖아~?

 

이즈미 :

무슨 말 하고 싶은 진 알겠는데 오랜만에 돌아온 선배한테 실례라곤 생각 안 해?

일본하고 피렌체를 왕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레오 군이면 알 거 아냐?

 

레오 :

알았어, 알았어. 일본까지 먼 길을 일부러 와줬는데 고생 많았네!

근데 이 이상 싸워도 어쩔 수 없잖아. 오늘은 일단 해산하자. 일부러 검을 빼들 정도의 상황도 아니잖아, 지금은 반성회니까.

 

이즈미 :

......흥.

 

츠카사 :

죄송합니다, 세나 선배. 저도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레오 씨의 제안에 따라 오늘은 해산하도록 하죠. 리츠 선배도... 그걸로 괜찮으시죠?

 

리츠 :

응. 머리 좀 식히고 올게.

미안, 나답지 않게...... 다른 사람을 상처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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